빈 살만의 친환경 도시 ‘네옴시티 더 라인’, 숨겨진 두 얼굴
대 부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원대한 오아시스는 결국 신기루에 불과한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찬 프로젝트 네옴시티 더 라인은 서울 약 44배 면적에 달하는 도시를 사우디에 세우는 국가 프로젝트를 말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2016년 발표한 ‘비전 30’ 계획 초석 중 하나다. 네옴시티에는 사막 한가운데에 90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도록 설계된 길이 170km, 높이 500m의 거울 구조물인 더 라인이 포함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도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이 없고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이 도시의 ‘친환경’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사로 생물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프로젝트 내부 문서를 입수했던 월스트리트 저널은 “네옴시티 기획자들은 이 구조물이 상당한 많은 수의 새를 죽일 수 있다고 우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기획자들의 우려는 특히 더 라인의 위치와 관련이 높다. 바로 새들이 이동하는 경로에 500m 높이 유리 거울을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가 입수한 문서에는 “상당수의 새들이 죽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적혀있었다.
더 라인 개발 책임자인 데니스 히키는 지난 2월 이 프로젝트를 “도시와 풍경, 자연과 환경 간의 더 나은 상호작용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친환경’을 강조한 이 프로젝트는 실상 수천 마리 새들의 죽음이 포함된 계획인 것이다.
더 라인이 직면한 문제는 수천 마리의 새 죽음 만이 아니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224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던 미래 도시는 현실적으로 이 계획을 맞추기는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야심 찬 중기 계획은 실제로 하향 조정되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2030년까지 당초 계획했던 150만 명 대신 3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건설 진행 지연이 추가되었다.
계획된 170km 중 2.4km만 2030년까지 완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부분의 공사가 땅을 파는 작업만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임시로 만든 4차선 현장 도로는 덤프트럭의 행렬로 막혀 있고, 트럭과 발전기에서 나오는 디젤 연기가 대기에 스며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오아시스를 꿈꾸는 빈 살만의 꿈은 아직은 신기루에 불과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