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현장인터뷰] “해양 쓰레기에 상처 난 채 물질하는 제주 해녀들” 막내 제주 해녀가 말하는 제주 바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물질을 마친 삼촌들이 트럭을 타고 복귀하고 있었다.

해녀는 공동체 문화다. 뭐든지 다 공동으로 들어가서 한다.

옛날에는 서로 손을 잡고 물로 들어갔다. 망망대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의지할꺼라곤 테왁.의사소통이 가능한 생물은 단연 동료 해녀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유정 해녀는 “생존에서 비롯된 이런 공동체 문화가 아직도 이어져 있는 게 제주 해녀”라고 강조한다.

그럼 5년 차인 그가 기후 변화 속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는 어떨까?

그가 먼저 말한 것은 우뭇가사리였다. 최고의 다이어트 음식이다. 우뭇가사리는 무침으로 해도 맛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우뭇가사리, 먹기만 할 줄 알았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있었다.

“우뭇가사리가 제가 첫 물질을 들어왔을 때는 빨간색 해초였어요. 그 해초를 뜯어서 잡아와서 바닥에다가 널어 말려 포대에 31kg을 가득 담아야 한 포대가 되거든요. 그 포대를 제가 처음에 다섯 포대를 잡았었어요. 그런데 점점 3포대, 2포대, 1포대 이렇게 줄어드는 걸 보면서 정말 기후 변화로 백화 현상 때문에 돌에 붙어 있지 않구나 느꼈어/요”

백화 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높은 수온으로 산호말이 번지면서 다시마나 미역은 달라붙을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자라나지 못한다. 우뭇가사리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산호말이 번성했다가 죽으면 석회성분인 탄산칼륨 때문에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백화 현상이 일어나면 생물이 살 수 없으므로 이를 바다의 사막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자신보다 더 오래 제주 바다를 보아온 삼촌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인터뷰하는 장소는 개발로 해녀들의 영역을 매립한 곳이다. 인터뷰하고 있는 계단까지 바다였다.

계단에서 보니 바다는 멀리 있었다.

“삼촌들한테 들었을 때는 원래 여기까지가 다 바다였어요. 옛날에 물질하러 갈 때는 이 계단만 내려가면 바로 바다였기 때문에 제가 어렸을 때도 여기서 깅이(제주 방언으로 게) 잡고 놀고 그랬어요.”

“물장구치고 그랬던 곳이 다 매립이 된 거에요. 근데 이 매립된 바다가 원래 전복 밭이었대요. 삼촌들이 그때는 전복이 날아다녔다고 그러면 저는 내가 아무리 몰라도 전복을 날아다녔다고 하는 게 믿을 수 있느냐고 그러면 진짜라고 그러세요. 그만큼 전복이 많았다는 거에요.”

하지만 이제는 그 많던 전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삼촌들은 이유정 해녀에게 30년 전만 물에 들어왔어도 바닥은 해산물 천지였다고 말한다. 30년 전 그의 나의 5살이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는 한국에서 민감한 문제다. 국민도 분열되었다. 그래도 바다가 곧 삶의 현장인 제주 해녀들의 생각을 물었다. 해녀들은 목소리가 똑같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사실 이거는 생존도 생존이지만 저는 아직 시집도 안 간 해녀예요. 그리고 제 피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고, 우리 삼촌들은 나이가 들어서 이게 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저에게는 또 어떤 영향을 끼칠지..사실 티가 안 났다가 나중에 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는 대자연의 변화무쌍함 속에 과학적인 지표의 한계를 지적한다.

“증명이 안 되고 사실 오염수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과학적인 자료만으로는 믿을 수가 없어요. 기후 변화도 마찬가지잖아요. 자연 현상은 저희가 이길 수 없는 대자연이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면서 그 조류가 더 많이 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제가 요즘 조류 공부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미 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바다가 직장인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무섭고 두렵지만 그는 이 직업을 선택했고, 해녀 삼촌들은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두려움을 안고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유정 해녀는 후쿠시마 오염수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다에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사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다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종일 머릿속에 오염수가 가득 차면 또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하고 또 집중도 잘 안 되고, 오늘 내가 물을 몇 번을 먹었지 생각하게 되고요.”

그리고 그는 오염수보다도 자신을 가장 걱정스럽게 하는 것은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덧붙였다.

“미세 플라스틱은 저희가 어디서 먹을지 모르죠. 저희가 먹는 물에도 들어 있고요. 그래서 깨끗한 먹거리를 먹자는 취지로 환경 활동도 하고 있어요.”

취재를 위해 기다리던 중 이유정 해녀가 물질하면서 들어 올린 낚싯줄과 폐어망이 기억이 났다.

날로 심각해지는 해양 쓰레기는 해녀를 위협하고 있었다.

“제가 SNS에도 간간이 올리고 있어요. (해양 쓰레기 문제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요. 기자님은 못 보셨지만, 낚싯줄들이 엉켜 있었어요. 저는 치고 들어오면 끊을 힘이 있는데 어르신들은 괜찮겠지 하고 오다가 손에 걸리면 상처가 나버려요. 어르신들은 생채기가 나면 그게 또 오래가잖아요. 그 상태로 또 내일 물질 들어가고 상처에 물이 들어가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밖에서 바라보는 제주 바다와 그 속은 달랐다. 그에게 물었다. 미래 세대가 나중에 만나는 제주 바다는 어땠으면 좋겠냐고. 그는 변했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지금처럼 해양 쓰레기를 주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두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내가 바다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쓰레기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세요, 우리 삼촌들과 저희가 이 바다에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프랑스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어둠 속에서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잠시 창문을 열어보니 바다가 보였다. 어디인지 모르는 저 바다도 제주 바다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적 불문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여 우리 해녀가 미소 지으며 물질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했다. 아니 기도했다.

 

이여도사나 이여도사나 쳐라배겨 쳐라쳐라 히 물로 뱅뱅 돌아진 우리 제주도 해녀덜 저 바다에 나가서 물질하야 헤

‘해녀 노 젓는 소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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